그동안은 왜 글쓰기가 힘들었을까

어째서인지 블로그 쓰기가 부담스러워졌던 이유와 이런저런 잡담

by Husky

Jun 11, 2019 | 3 min read

diary

TL;DR

반말로 쓰지 않고 존댓말을 쓰는 바람에, 나와의 내밀한 대화가 되었어야 할 글쓰기가 유료광고가 포함된 유튜브 동영상처럼 어색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블로그는 반말로 쓸 것이다.

본론

원래부터 글은 항상 반말로 써 왔다. 누구든지 하고픈 말을 편하게 늘어놓을 때 그러는 것처럼. 2016년에 워드프레스로 블로그를 열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작가로서의 의욕이 넘치던 때였고 나름의 야심이 담긴 에세이를 올리곤 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잃어버렸다. 별로 아쉽지 않은 걸 보니 있으나 마나 했던 게 아닐까… 아무튼.

개발자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존댓말을 썼다. 나만을 위한 글이 아니라 읽는 사람을 위한 글을 쓰자는 게 이유였지만 나보다 뛰어날 것 같은 익명의 개발자들 눈치가 보여서이기도 했다.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이 되긴 했다. 포스팅에 부담감을 느끼게 될 거라는 예감. 독자를 정해놓고 쓰는 게 도움이 되긴 하지만 남을 위해서만 자료를 수집해서 글을 써낸다는 게 만만찮은 일이라 언젠가는 그만둘 거라는 생각… 그리고 어김없이 그렇게 되었다.

나는 뭐든지 간에 실패하리라는 예감 하나는 정말 정확하다.

대학 시절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 수업> 이라는 책을 두고두고 읽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 만큼 글을 써라. 이 훈련을 게을리하지 마라. 만일 이게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진지하게 글쓰기를 그만둘 것을 고려해라.” 진지하게 글쓰기를 그만둘 것을 고려해라. 그동안 내가 소설 쓰기에 집착했던 이유는 저 문장 하나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그건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 간단한 일조차 해내지 못하면, 앞으로 네 삶에 따라올 복잡하고 어려운 일은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거야. 어디 증명해 봐. 네가 한 명의 사람으로 바로 설 수 있는지.”

그 후로 7-8년간 20편 가까이 되는 단편소설과 1편의 연극, 2편의 드라마 시나리오를 썼으며 작품이 되지 못한 습작은 그보다 훨씬 많으니 나는 브랜디의 유령 같은 경고에 쫓겨 충실히 달려왔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도 저 문장은 여전히 나를 힘들게 했다. 달려도 달려도 나아갈 수 없는 빙판 위에 선 기분이랄까? 아무리 그날 분량을 채웠다 해도 다음날이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니까. 그 허무를 견디면서 쓰는 거라고 여러 작가들은 말하고 있지만 나의 내면에는 더 이상 꺼내 쓸 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적어도 남들이 관심 가져줄 얘기는 남아 있지 않았다.

당시에는 내가 탈진한 이유가 반말로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 블로그를 시작할 때 말투를 존댓말로 바꿨던 것 같다. 글을 쓸 때마다 황폐해진 내면을 들쑤셨던 과거를 벗어나 나의 바깥을 향한 글쓰기를 위해서. 그런데도 내 부담은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에야 부담이란 자연스러운 것이고, 거기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내 태도가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다시 한번 마음을 툭 터놓고 글을 쓰기 위해 다시 말투를 반말로 바꿔보려 한다. 내 배움을 위한 블로그를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어차피 독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차라리 별 관심 없는 편이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