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이 즐겨 쓰는 일곱 가지 동사

이것만 익혀 두면 당신도 프로 개발자!

by Husky

Sep 15, 2020 | 3 min read

diary

들어가며

개발자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 보면 특히나 자주 쓰는 말들이 있다. 영화 업계에서 쓰는 일본식 은어도 아니고 전부 순우리말인데 묘하게 ‘전문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내가 시나리오를 전공한 국문과 사람이다 보니 더 민감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지금부터 하나씩 소개해보겠다.

바라본다

가장 많이, 자주 쓰는 표현인 것 같다. 어떤 변수, 인스턴스, 서버가 어떤 대상을 참조하는지를 뜻하는 말이다. 주로 “이번에 세운 EC2 어디 바라보고 있냐?” 라든지 “그게 엉뚱한 데를 바라보고 있어서 터졌어” 라는 식으로 말한다. 이 말이 특히나 매력적인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가장 평범한 말이면서도 컴퓨터 공학의 정수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코드는 올바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까? 지금이라도 터미널이나 IDE를 열어 살펴보기 바란다.

짠다

프로그램, 코드를 작성하는 행위를 범용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바라본다’ 보다도 더 많이 쓰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단어인 것 같아서 두 번째에 올려보았다. “네가 짠 코드네.” 라는 문장을 어떤 억양으로 말하냐에 따라 참 많은 뜻을 전달할 수 있다.

texture

말다

어떤 소스코드를 컴파일하거나 도커 이미지로 만들 때 쓰는 말. “그거 그냥 도커로 말아서 올리면 의존성 영향 안 받지 않나요?” “뭐하는 거야, 그렇게 짜면 마는 데 한참 걸려요.” 듣다 보면 프로그램이 무슨 김밥 한 줄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만다’는 말 만큼 맛깔나는 동사가 없다.

gimbab

엎어치다

씨름이 아니라 코딩이다. 어떤 변수에 값을 덮어쓰는 행위를 가리킬 뿐이다. 그런데도 예사롭지 않은 단어다. “배포하다가 설정 값을 엎어친 것 같아요…” 라고 누가 말한다면 조용히 간식을 건네주기라도 해야 한다.

깨지다, 터지다

서버나 프로그램에 런타임 오류가 발생하거나 각종 크래쉬, 장애가 발생한 상황을 말한다. 나는 “깨졌다”라는 말을 쓸 때마다 커다란 유리구슬을 바닥에 떨어트리는 장면을 연상하게 된다. 이 단어의 오묘한 뉘앙스라면, 같은 오류라도 컴파일 타임에서의 오류를 가리키는 말은 아니라는 거다. 운영 중에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사고를 뜻하는 쪽에 더 가깝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코드에 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죽이다

터미널 명령어에 kill 이라는 말도 있듯이, 개발자는 뭔가 죽이는 것을 참 좋아한다. 프로세스의 실행을 강제로 종료시키는 행위를 뜻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이게 뭐지 섬짓할지도 모르겠다. “그거 이번에 제가 죽여서 그래요.” “아, 죽여서 반응이 없었구나?” 같은 대화를 개발자가 아니라 양복 입은 아저씨들이 했다면 어땠을까?

세우다, 올리다

다 만든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자주 돌아다니는 짤방 이미지 중에 서버를 런칭하고 제사를 올리는 사진이 있던데, 모든 개발자들이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싶다. 서버라는 제단 위에 나의 코드를 올리며 제발 죽지 않고 돌아가기를 기원하는 마음…

pray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까?

생각나는 것들만 간단히 정리해 봤는데 일곱 가지나 되어서 놀랐다. 본인이 어떤 곳에 소속되어 있느냐에 따라 개발자들끼리 쓰는 말은 훨씬 더 많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다.